낭만의 세계 : Fluid Realms: 스튜디오 노케 개인전
낮과 밤 사이,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시간이 있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는 흐릿해지고, 시간의 감각마저 평소와 달라지며, 우리를 감싸는 공간은 상상을 위한 무대가 된다. 《낭만의 세계》는 이 경계의 상태, 깨어 있음과 꿈 사이, 해질녘과 동틀 무렵 사이에서 깨어나는 감각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환기한다.
스튜디오 노케(Studio Noké)는 서문섭과 카타리나 숙 윌팅(Katharina Sook Wilting)으로 구성된 네덜란드 기반의 디자인 듀오다. 두 사람은 빛, 움직임, 반사와 같은 물리적 현상을 활용한 공간 설치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들의 작업은 자연을 재현하기보다는 그 본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한다. 작품을 바랍는 관객은 전시 공간에서 속도를 늦추고 현상을 관찰하며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이번 《낭만의 세계》에서 선보이는 스튜디오 노케의 작업은 경이롭고 시적인 감각, 그리고 원초적인 경험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Shape of Water>는 빛이 물과 만나 만들어지는 무늬와 결의 끊임없는 변화를 드러낸다. 물의 움직임은 빛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이 모든 변화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시선을 잡아끈다. 본래 물의 성소(聖所)로 제작된 이 작품은 물을 단순한 자원 이상의 고유한 존재감과 깊은 은유를 가진 대상으로 바라보게 한다. <Drifting Clouds>의 움직임은 조용히 시선을 이끈다. 파도의 물리적 특성과 샤이브 웨이브 모델(Shive Wave Machine)에서 영감을 얻은 이 키네틱 조각은 공간 안에서 느리지만 꾸준한 파동을 만들어낸다. 조각의 표면에 맺히는 주변 풍경은 움직임과 관객의 시점에 따라 달라지며, 작품은 어떤 고정된 형태로도 머무르지 않는다. 구름이나 물결을 가만히 지켜보듯, 관객은 목적지에 얽매이지 않고 일렁이는 조각에 시선을 맡긴다. <Passage to the Lake>는 물가에 서 있을 때 마음에 평온이 깃드는 경험에서 출발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의 여운은 관객을 일상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게 한다. 여기서 물은 곧 시간의 흐름이 되며, 반복되는 물방울의 움직임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함께 유영한다.
전시장 속에서 이들과 함께할 때 우리의 감각은 더욱더 느리고 섬세해진다. 빛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화한다. 계속해서 반사되고, 형태는 흐려지며, 관객의 움직임과 함께 작품과 주변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진다. 이번 전시에서 '낭만'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감성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열린 마음과 호기심, 그리고 평범한 것에도 특별함이 깃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용하는 시선을 말이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새벽과 황혼은 서로의 경계에 놓인 시간이다. 세상이 어떤 한 가지 상태로만 정의할 수 없는 중첩되고 모호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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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스워크스, 스튜디오 노케 개인전…빛·물로 펼치는 ‘낭만의 세계’
백주아 기자, 이데일리, September 15,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