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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APT: 선리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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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26 August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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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APT, 선리 개인전

"우리의 집은 세계의 한 귀퉁이이며, 우리의 첫 번째 우주이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공간의 시학』에서 집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기억과 상상, 몽상이 가장 먼저 깃드는 장소로 바라본다. 집은 몸이 머무는 물리적 공간인 동시에, 삶의 감각과 관계가 축적되며 내면의 풍경으로 변해가는 장소다.

 

선리는 자신을 둘러싼 공간과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축적되는 감각과 기억을 관찰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초기 작업에서는 후각을 통해 환기되는 기억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무형의 감각들과 서사'를 물질의 형태로 치환하며, 보이지 않는 경험을 조각과 설치의 언어로 번역하는 방식을 탐구했다. 이후 이러한 관심을 사우나를 비롯한 일상적인 공간으로 확장하여, 물과 증기, 타일, 거울 등 환경을 이루는 요소들이 몸과 맺는 관계와 그 안에서 생성되는 '신체화된 경험'에 주목해왔다. 작가는 몸을 둘러싼 환경이 감각을 변화시키는 방식을 관찰하며, 공간이 어떻게 기억과 정서를 축적하고 다시 환기하는지를 탐구한다. 작가에게 공간은 물리적 장소를 넘어 몸의 감각과 기억이 축적되고 의미를 획득하는 환경이며, 그의 작업은 그 안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경험을 사물과 공간의 형식으로 드러내는 과정이다. 

 

이번 전시 《Untitled APT》에서는 작가가 오랫동안 살아온 아파트에서 축적된 시간과 감각을 바탕으로, 기억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방식을 하나의 공간적 장면으로 구현한다. 아파트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해왔으며, 많은 이들에게 어린 시절과 일상의 기억이 축적된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에게도 아파트는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며 삶의 리듬을 익히고 관계를 형성해온 공간이다. 선리는 바로 이러한 일상의 공간이 시간이 흐른 뒤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고, 다시 구성되는지에 주목하며, 기억 속에 남은 아파트의 풍경을 전시장 안으로 옮겨온다.

올해 초 작가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파트를 다시 찾았다. 오래된 계단과 복도, 현관과 창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던 모습과는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익숙했던 풍경은 더 이상 기억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고, 희미해진 부분과 새롭게 보이는 장면들이 함께 존재했다. 작가는 그 미묘한 간극을 따라 아파트 곳곳을 들여다보았고, 그 과정에서 마주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Blue APT>는 이러한 여정의 출발점이 된 작업이다. 과거의 좌표를 지워낸 자리에는 오래된 벽의 색과 복도의 빛, 반복되는 구조와 표면만이 남고, 개인의 기억에 머물던 아파트는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겹쳐볼 수 있는 풍경으로 확장된다.

 

사진에서 시작된 장면은 전시장 안에서 다시 입체적인 공간으로 이어진다. 현관과 문, 창문, 거울, 방과 침대는 실제 아파트를 충실히 복제하기 위한 요소가 아니라, 기억에 접근하는 서로 다른 방식니자 동시에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는 장치들이다. 현관과 문은 안과 밖을 구분하면서도 두 공간을 연결하는 경계이며, 여러 번 덧칠된 쵸면과 닳은 문들은 한 장소를 유지하고 그 안의 관계를 지속해온 시간을 품는다. 창문은 내부를 보여주면서도 관객을 일정한 거리 밖에 머물게 하며, 지나간 시간은 바라볼 수는 있어도 다시 들어갈 수 없는 대상임을 암시한다. 흐린 거울은 현실을 선명하게 되돌려주지 않는다. 관객은 <Crying Mirror>의 불완전한 반사 이미지 위에 자신의 기억을 겹쳐 보며, 작가의 공간을 바라보는 동시에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Untitled APT (room)>과 <Blue APT (bed)>에서 방과 침대는 단순히 사적인 공간을 넘어 익숙한 사물들이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통해 기억의 불완전한 구조를 드러낸다. 관객은 이 낯선 구조 앞에서 안과 밖, 휴식과 긴장, 방과 욕실처럼 서로 다른 감각들이 뒤섞이는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이 중첩되며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기억의 구조를 공간으로 펼쳐보인다. 작가는 익숙한 공간의 사물과 표면을 통해 기억이 현실을 그대로 보존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라진 부분과 남겨진 흔적 사이에서 새로운 장면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관객은 전시장을 거닐며 작가의 기억을 따라가는 동시에, 자신이 한때 머물렀던 집과 그 안에 남아 있는 시간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바슐라르가 말한 '첫 번째 우주'는 이곳에서 한 사람의 아파트에 머물지 않고, 각자의 기억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수많은 집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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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n Lee, Blue APT (before home), 2026
    Sun Lee, Blue APT (before home), 2026
  • Sun Lee, Blue APT (wel wishes),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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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n Lee, Untitled (doo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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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n Lee, Crying Mirro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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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 Lee, Crying Mirro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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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 Lee, Crying Mirro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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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주아 기자, 이데일리, August 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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