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춘 春春: 이지은, 토담 2인전
봄은 같은 이름으로 돌아오지만, 각자에게 도착하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빛의 온도와 공기의 결, 정원의 기척으로 계절을 감각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래 남아 있던 색과 형태의 잔상으로 봄을 떠올린다. 《춘춘》은 봄이 각자의 감각과 기억 속에서 어떻게 다른 이미지로 자리 잡는지를 이지은과 토담, 두 작가의 서로 다른 언어를 통해 펼쳐 보인다.
이지은의 회화에는 정원과 꽃, 바다와 노을, 실내의 가구와 창, 머무는 사람과 작은 동물들이 함께 놓인다. 화면은 안과 밖, 풍경과 실내, 응시와 체류의 시간을 한 장면 안에 포개어 놓는다. 비워진 의자와 테이블, 넓게 열린 창, 잠시 멈춘 몸짓은 풍경에 심리적 깊이를 부여한다. 그 안에서 봄은 화사한 계절감만으로 닫히지 않는다. 평온과 긴장, 충만함과 적막, 애정과 불안이 엇갈리며 나란히 머문다. 그의 장면은 특정한 감정을 단정하지 않는다. 조용한 공기 속에서 여러 감정이 함께 흔들리고, 관람자는 그 미묘한 균형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게 된다. 이지은은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시선에 깃드는 내면의 상태를 섬세한 회화로 포착한다.
토담의 회화에서 봄은 보다 불안정한 상태로 떠오른다. 또렷하게 붙잡히지 않은 채 번지고 어긋나며, 기억 속에서 제멋대로 변형된 이미지로 화면 위에 다시 나타난다. 안개 낀 듯 흐린 경계, 툭 불거져 나온 형광빛 색감, 단순하고 투박한 선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계절의 인상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이 지나며 흐려지고 과장되고 변형된 기억의 얼굴을 드러낸다. 꽃과 풍경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그것은 재현된 봄의 풍경이 아닌, 마음속에 각인된 봄의 잔상에 가깝다. 토담은 완결된 형상의 안정감보다 일그러진 기억이 지닌 생생함에 주목하며, 불완전한 이미지 안에 각자가 간직해온 사적인 계절의 감각을 불러낸다.
전시 《춘춘》은 한 글자를 두 번 부르며 계절의 도착을 겹쳐 놓는다. 봄은 한 번 지나가는 풍경으로 남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는 눈앞의 풍경으로, 또 어떤 순간에는 지나간 기억으로, 때로는 낯설게 달라진 이미지로 돌아온다. 전시는 그 반복되는 도착의 순간들을 따라가며, 봄을 본다는 일이 결국 각자 안에 남아 있는 장면과 색, 기억의 형태를 다시 만나는 일임을 보여준다. 두 작가가 그려내는 봄은 하나의 정답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각기 다른 온도와 리듬을 지닌 채, 봄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겹의 장면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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